본문 바로가기

독서&생각

(14)
이창동 감독 영화 <버닝>에 대한 (개인적) 해석 해미 그리고 그레이트 헝거 해미는 말이나 행동, 직업 등에서 얼핏 가벼운 인상을 주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삶의 의미를 갈구하고 위대한 자유를 꿈꾸는 인물이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자주 그리고 (일상적 시각으로 보기엔) 뜬끔없이 복 받쳐 오르는 감정, 눈물 등을 통해 표출된다. 그렇게 충만함을 꿈꾸는 해미건만 그녀의 현실은 공허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해미는 나름의 방식을 익히게 되는데 바로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없다는 것을 잊어버려라' 이다. 해미는 '없다는 것을 잊기' 위해 판토마임을 배우고, 없는 귤을 맛있게 먹으며 , 고양이가 없다는 것을 잊은 채 고양이를 키운다. 불안한 알바일이 '자유'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해미는 '삶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애써 잊은 채 산다. 해미는..
책 추천, 카를 융- 인간과 상징 융은 정신분석학에서 프로이트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다. 프로이트와 삼십살 정도의 차이로 개별적으로 공부, 연구한 뒤 조우하게 되었다. 꿈과 무의식에 대해 설파하면서 오해와 비난 속에 외로워하던 그들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하지만 좁힐 수 없는 간극으로 둘의 관계는 깨질 수 밖에 없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과 꿈을 형성하는 모든 것의 기저에는 '성욕'이 있다고 보았다. 융은 이런 생각에 반대했다. 융이 보기에 무의식은 어떤 특정한 욕구나 특정 관념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무의식은 광대하고 무궁무진하며 혼란스럽고 복잡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무의식은 강렬한 에너지로 꿈꾸는 사람에게 지혜를 줄 수도 있고 일상을 파괴할 수도 있다. 또한 개인의 무의식은 개인의 역사와 함께 자라난 것이다. 어떤 규격..
고골의 <외투>와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도스토예스프키의 은 고골의 에 큰 영향을 받아 계승, 발전시킨 작품이다. 모출스키의 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를 읽은 뒤 그 예술적 가치에는 큰 감동을 받았지만 주인공인 하급 관리 아카키가 외투를 잃은 뒤 죽어버리는 것으로 묘사된 것을 보고, 지나치게 인간을 낮고 하찮은 존재로 그린 것에 불만을 느꼈다고 한다. 하여 도스토예프스키는 에서 외투를 하나의 인간인 '바렌카'로 대체했다. 아카키의 외투에 대한 사랑은 제부쉬킨의 한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어 거기로부터 고귀하고 높은 인간성이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늙고 가난한 하급관리 제부쉬킨이 젊고 가난한 처녀 바렌카를 애지중지하는 데에서는 단순히 인간애적인 태도를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출스키는 이를 '에로티시즘..
안나 까레리나(톨스토이) 독서후기 톨스토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 안나 까레리나'는 안나라는 여성과 레빈이라는 남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두 인물은 인적 관계로 연결이 되어 있을 뿐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지 않고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안나 까레리나는 까레닌이라는 남성과 결혼 생활 중 매력적인 독신남인 브론스키를 만나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결국 까레닌의 집을 나오게 된다. 그 당시 귀부인과 총각의 비밀 정사는 흔한 일이었기에 이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결혼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안나의 행동은 의외적인 것이었다. 그만큼 안나는 그녀가 속한 사교계로 대표되는 귀족들의 일상적인 가식, 허위를 견디지 못하였다. 우리의 시각에서 볼 때 혼외정사나 불륜은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흥미..
최후의 선비들,함규진- 책 추천 '천하의 근심을 누구보다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맨 나중에 즐기리라.' 북송 시대의 '악양루기'에 나오는 말로 선비의 모델이 된 인간상이다. 선비란 글로써 세상을 지배하는 자로서 학자,행정가 역할 이외에도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최후의 선비들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쳐 살며 어려서부터 유교적 질서를 바탕으로 성리학적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 같은 환경에 처하더라도 다양한 양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인간이다. 책 속의 선비들 중 일부는 독립운동가로서 의병 활동, 만주무장독립운동, 외교적 독립 운동, 토착 종교 부흥, 저술 등의 활동을 하였으며 일부는 저술가, 문학가, 행정가 등이 되어 친일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에 20명의 인물들의 생을 담..
진짜와 가짜 나는 진짜와 가짜라는 수식어를 믿지 않는다. 누군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지어 가며 주장할 때는 자연스레 의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진정한, 참된 등의 말들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물질적인 것에 대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진짜 다이아몬드, 가짜 참기름 등 물질적인 것은 얼마든지 대부분의 경우 진짜와 가짜가 명확히 구분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관념적인 것이다. 사상이나 가치에 대해 말할 때 남을 쉽게 배제하려 들고 자신만을 내세우는 자들은 손쉽게 자신에게는 진짜 딱지를 붙이고 남에게는 가짜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누군가 진정한 인간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특정 유형의 인간을 칭찬한다고 생각해보자. '진정한 인간'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진짜 인간'이 가능하려면 '가짜 인간'..
서해순이 건드린 것 이상호와 김광복의 고소에 의한 서해순의 조사가 무혐의 불기소처분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은 서해순을 연쇄살인범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번 경찰 조사에서 응급구조대원,서해순 딸 서연양의 학교선생님, 당시 학부모들까지 포함한 47명의 참고인 조사가 이루어졌고 서연양의 핸드폰 문자, 일기, 서해순의 카드사용내역 등이 조사되었지만 추가로 밝혀진 것은 서해순이 다른 어떤 엄마들 못지 않게 딸을 성심성의껏 돌보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반대 증거에도 불구하고 서해순이 딸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김광석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서해순이 모든 관련자들을 매수했을 것이라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즉 김광석 사망 당시 부검의와 경찰, 서연 양 사망 당시 경찰과 응급구조원, 서연 양 학교 선생님, 같은 ..
<영화 감상> 러빙 빈센트 사람들은 예술가를 통해 죽음본능을 대리 충족한다. 이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데 하나는 예술가가 남긴 작품을 통해서, 또 하나는 예술가의 삶을 통해서이다. 고흐의 삶이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되고 소비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고흐의 처절하게 불행한 삶과 비틀거리면서도 거침없이 그 어두운 삶 속으로 걸어들어간, 그리하여 최후로 죽음에 다다른 고흐의 선택에 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구차하고 지리멸렬한 삶에서 도피하여 자유롭고 장대한 죽음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락하고 쾌적한 매일매일의 삶을 양 손에 가득 움켜쥐기 위해 노동하고 평판에 신경쓰고 청결에 유의하느라 여념이 없다. 예술가는 대부분의 이들이 이렇게 소중히 가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