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생각

책 추천, 카를 융- 인간과 상징

융은 정신분석학에서 프로이트 다음으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다. 프로이트와 삼십살 정도의 차이로 개별적으로 공부, 연구한 뒤 조우하게 되었다.  꿈과 무의식에 대해 설파하면서 오해와 비난 속에 외로워하던 그들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하지만 좁힐 수 없는 간극으로 둘의 관계는 깨질 수 밖에 없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과 꿈을 형성하는 모든 것의 기저에는 '성욕'이 있다고 보았다. 융은 이런 생각에 반대했다. 융이 보기에 무의식은 어떤 특정한 욕구나 특정 관념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무의식은 광대하고 무궁무진하며 혼란스럽고 복잡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무의식은 강렬한 에너지로 꿈꾸는 사람에게 지혜를 줄 수도 있고  일상을 파괴할 수도 있다. 또한 개인의 무의식은 개인의 역사와 함께 자라난 것이다. 어떤 규격화된 틀에 맞추어 환자들의, 개인들의 무의식을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인간은 하나의 역사이다. 그것은 개별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개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개성화 과정'을 달성함으로써 전체의 인간, 즉 '자기'가 될 수 있다. 융은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욕망의 쓰레기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융을 본인의 후계자로 생각하던 프로이트는 융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내려다 보았고 자식의 아버지에 대한 반란에 상심했다.  결별 후에도 융은 독자적인 심리 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인간과 상징>은 융의 첫 번째 대중 과학서이다. 이 책은 융의 말년에 씌어진 것이며 그의 제자들과 협업한 책이다. 애초에 대중을 상대로 한 책의 출간을 거절한 융은 하나의 꿈을 꾼 뒤 출판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융의 무의식이 꿈을 통해 융에게 메세지를 보낸 것이다.


융의 연구는 무의식, 상징, 꿈, 원형, 집단 무의식, 콤플렉스, 인간 심리 유형, 개성화 과정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융의 세계는 풍부하며 현대인들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주기에 충분하다. 융은 근대 이후 합리적, 과학적, 이성적 세계에 사로잡힌 인간 사회가 인간의 나머지 반쪽, 즉 불합리하고 신비하며 무의식적인 세계를 내던짐으로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상당 부분 손실하였다고 말한다. 무의식에 대한 억압이 지나치면 각종 신경증과 정신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무의식이 의식을 삼켜버릴 수도 있다. 무의식과 의식은 상보적이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1800년대 후반 이런 분석을 통해 융은 다가올 세계 전쟁과 대파국, 인간성의 상실을 예고하였다. 1900년하고도 백년이 더 지난 지금, 여전히 인간 사회는 과학적, 합리적, 논리적, 이성적인 것만을 승인하고 수식과 언어로 설명,계산 불가능한 것들에는 철퇴를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에게 과학이란 종교 이후의 종교가 되었다. 백오십년전 스위스에서 보내진 융의 메세지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와 친구들의 메세지가 잃어버린 반쪽으로 우리를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