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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생각

최후의 선비들,함규진- 책 추천

'천하의 근심을 누구보다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맨 나중에 즐기리라.'


북송 시대의 '악양루기'에 나오는 말로 선비의 모델이 된 인간상이다. 선비란 글로써 세상을 지배하는 자로서 학자,행정가 역할 이외에도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최후의 선비들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쳐 살며 어려서부터 유교적 질서를 바탕으로 성리학적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 같은 환경에 처하더라도 다양한 양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인간이다.  책 속의 선비들 중 일부는 독립운동가로서 의병 활동, 만주무장독립운동, 외교적 독립 운동, 토착 종교 부흥, 저술 등의 활동을 하였으며 일부는 저술가, 문학가, 행정가 등이 되어 친일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에 20명의 인물들의 생을 담고 있으므로 자세할 순 없지만, 전체적으로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다양한 행동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어렵지 않은 서술과 잘 짜여진 구성 덕으로 역사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최근 MBC 해직 기자인 최승호가 MBC 사장으로 선출되는 일이 있었다. MBC 파업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해고 되었던 사람들에게는  따스한 봄바람 같은 일일 것이다. 힘든 나날들을 견뎌내야 했더라도 결국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결국 독립운동가의 삶을 살았든, 친일파의 삶을 살았든 지간에 망해가는 나라에 태어났다는 것은 개인에게도 크나큰 비극이라는 점이다. 책 속의 선비들 중 친일 활동으로 기운 자들도 병탄 이전 또는 병탄 이후 한동안은 모두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조차도 초기에는 독립협회 활동을 했던 것이다. 친일이냐 독립운동이냐, 선택할 필요가 없는 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이 비운의 시대에 태어난 그들에게 일말의 측은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